난 참 좋은 이들과 연애를 했었구나...그리고 이렇게살고있어

1. 꽤나 긴 시간 나의 연애담을 연재하다 드디어 그것이 끝이 났다. 그리고,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근 3년 전의 그에게서 온 메일이었다. 그와는 4년을 만났는데, 날 제일 오랜 기간 견딘 사람이었다.
메일인데도, 꾹꾹 눌러쓴 볼펜 자국이 보이는 것만 같았던 그 메일에서 그는 내게 '괜찮다'고 말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는데, 둘 사이에 있었던 내밀한 이야기를, 나 한 사람의 기억에 의존해 내보인다는 데 대한 부담감이 늘 있었다. 마지막회에서 그걸 토로했는데, 그는 '괜찮다'고, '오히려 지난 날의 찬란했던 추억들이 혼자만의 착각은 아니라는 생각에 기뻤다'고 메일에 적었다. 이 사람이 나를 울리려고 작정을 했나. 일하다 말고 콧물을 훌쩍이며 급히 밖으로, 대피했다.

퇴근하고 집에서, 그에게 답장을 보냈다. 연애할 때 항상 나보다 긴 편지를 주던 그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보다 길게 써보자고 마음 먹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러나 혹시나 또 답장이 올까 두려워, 메일에 그 흔한 "잘 지내지?" 같은 의문문도 다 뺐다. 나는 아직도 그렇게 강퍅하다.

그리고 오늘, 또 다른 전 남친으로부터 페이스북 메세지를 받았다. 그도 연재 잘 보고 있었다고, 끝나서 아쉽다는 말부터 했다. 그는 언젠가 나에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을 가져 부럽다'고 했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 그는 세상 부럽게 아프리카 땅을 등에 이고 살고 있다. 그는 나와 만날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좋은 사람이다. 그에게는 전에 "너는 생각하는대로 살아서 늘 부럽더라"는 말을 전해주었다.


2. 그리고 작금의 연애는...

이번주 '알쓸신잡'에서 호기심이 많은 정재승 교수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는 구절을 봤다. 호기심도 호기심이고, 인생이 다이나믹하면 시간은 느리게 가는 거 아닐까. 그 날이 그 날처럼 흘러가지 않는 거니까.

친구들이 나더러 '별일메이커'라고 하는데 최근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정말 ☆일메이커다. 친구 손에 이끌려 '생파'를 빌미로 한 일종의 미팅 자리엘 나갔다. 전에 없이 '물'이 좋았다. 게다가 한 눈에 촉이 오는 남자가 옆에 앉았다. 술을 많이 마셨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다른 남자와 있었고, 그와 손을 잡고 있었다... 2차에서 '촉남'과 다시 조우했을 땐, 그의 표정은 너무 싸늘했다. 나는 취한 와중에도 몸둘바를 몰랐다.

손을 잡았던 남자는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지만) 한 번 더 만났다. 그리고 꽤 진한 스킨십을 나눴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시 만나는 일은 없게 됐다. 그는 군대에 준하는,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했는데 자기 일이 너무 버거워 나를 생각할 겨를 따윈 없어 보였다.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그 새 나는, 계속 그 촉이 왔던 남자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왠지, 한 번쯤은 연락이 올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만났던 다음 날, 정말 내 눈이 의심스럽게도 그로부터 카톡이 왔다! 우리 회사 근처에 왔다는, 정말 일상적인 카톡이었다. "담에 또 봐~" 하고 짧게 끝났지만, 너무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그의 친구와 흐지부지 끝이 난 후, 나는 연락을 해도 되나... 무지 망설였다. 그냥 그의 친구와 잘 안돼서 연락을 하려는 거면 너무 없어 보이니까. 그리고 나흘 정도를 고민한 끝, 나는 연락을 했다. 그의 회사 앞을 지나가며, 나는 정말 연락을 하고 싶었다. 그 특유의 예의 바른 답장이 도착했다.

모르겠다. 나는 항상 썸에 자신이 없다. 그리고 이 상황은... 내가 또 한 번 꼬이게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이 매듭을 어떻게 풀어야할지 모르겠다. 그의 친구는 내게, 자신의 친구가 미팅 자리에서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데 나에게 적극적인 모습에 놀라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고 했다. 어휴, 나는 첨부터 그만 궁금했는데... 술 탓을 하기에는 너무 옹색하다.

난 또 그에게 연락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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